노을빛이 가득한 방과 후의 교실, 그곳은 따뜻하면서도 공허한 공간이었다. 수업이 끝나고 모두가 가방을 챙겨 집으로 돌아가고 나면, 나와 그 애 둘만이 남은 그 시간이 나에게만은 달콤했다.
교탁 앞 책상에 앉아 수학의 정석을 푸는 그 애, 그리고 창가 옆 책상 위에서 유행가를 흥얼거리던 나. 우리는 서로 다른 생각을 하면서도 늘 함께였다.
언젠가 그 애는 수학 문제를 푸는 손길을 멈추고 내게 웃으며 말했다.
"너는 마치 자유로운 새 같아."
그게 무슨 뜻인지 궁금해서 물었다.
"금방이라도 창밖으로 날아가 버릴 것 같거든," 그 애는 설명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어이없다는 듯 쓴 웃음을 지었다. 창밖으로 고개를 돌리자, 유리창에 흐릿하게 그 애의 선망어린 시선이 보였다. 문득 그것이 너무 미웠다. 그때의 나는 죽음을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같은 시간, 같은 장소, 같은 추억을 공유해도,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내가 어떤 느낌을 가지고 있었는지 그 애는 결코 알 수 없었다. 말하지 않으면 모르는 것은 당연한데도, 나는 이유 모를 배신감에 속이 답답해졌다.
그래, 나도 내가 새인 것 같았다. 타인의 무지개색 행복의 깃털을 주워다가 거짓으로 자신을 치장하는 까마귀. 새까맣게 곪고 타버린 쓰레기.
똑똑한 그 애도 속아 넘어갔다. 아니, 내게 속아주는 걸까? 설마 그저 귀찮아서 외면하는 걸까?
만약 네가 그렇게 다정한 사람이라면, 내가 슬픔에 떠밀려 떠내려가기 전에 네 마음속에 나를 가둬 단단히 속박해주면 좋을 텐데...
하지만 그건 너무나 어리석은 바람이란 걸 깨달았다.
똑똑한 그 애의 마음속 새장은 음치의 까마귀보다 어여쁜 카나리아를 키우고 있다는 걸 기억해 냈다.
당연히 그 달콤한 보금자리에 내가 들어갈 자리는 없었다.
그저 혼자 장난처럼 커튼 속에 숨어들어가 조용히 울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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