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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하루천자 쓰기> 로판 소설 - 제자가 나이를 숨김 1

by 티르 블루 2023. 4. 28.

나는 걱정과 분노를 삭이며 응접실에 도착했다. 그녀 앞에서 수십 가지 변명을 늘어놓을 생각을 하며, 가능한 예의 바르고 순종적인 태도를 유지하면서 그녀의 관대함을 기대했다.

그러나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그녀의 무표정한 얼굴이 나를 맞았다. 처음 보는 차가움이었다.

내가 뭔가 잘못했을까? 그녀는 이번에는 화가 나신 걸까? 내겐 이제 웃어주지 않으실 건가?

혼란스러운 마음에 나는 그녀의 맞은편 소파가 아닌, 그녀의 발밑에 무릎 꿇고 앉았다. 하지만 머릿속이 새하얗게 비어버렸고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몰랐다.

그때 찻잔을 내려놓는 소리가 들려왔다. 겁먹은 나는 저절로 그녀의 얼굴을 향했던 시선을 밑으로 떨궜다. 그녀가 내게 모진 말을 할 것 같아 걱정되었다.

" 경애하는 나의 천사님... 저는 괴롭습니다."

두눈을 질끈 감고 그녀에게 어릴 적 추억의 호칭을 꺼내며 처음으로 어리광을 부렸다. 그녀는 멈칫하던 뒤, 평소와 같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누가 그대를 괴롭히나요?"

"제가 저를 괴롭힙니다."

"어째서 그대를 괴롭게 하나요?"

"제가 분수에 맞지 않는 욕심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잠시 침묵을 지키던 차에 한 모금을 마신 후, 나에게 다가와 물었다.

"어떻게 해주길 바라나요?"

나는 입을 열었지만, 며칠을 궁리해도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대신, 그녀의 눈동자에 비친 나 자신의 모습이 서글프게 느껴졌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가요?" 그녀가 물었다.

"그것만은 절대로 싫습니다!" 나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녀의 아름다운 사파이어색 눈동자를 바라보며, 나는 늘 갈증 나게 하는 그녀와 똑같은 차가운 물빛 심연을 떠올렸다. 눈물이 나올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고개를 숙였다. 미간을 찌푸리며 눈가에 힘을 주고는 힘겹게 말을 이었다.

"그곳에 돌아가면 저는 죽어요. 천사님... 근데... 여기서도 저는 숨을 쉴 수가 없어요... 여기는 너무나 행복한데... 제 것이 없어... 여기는 너무나 아름다운데... 저는 자꾸 추해져 가요."

자신의 비참한 고백에 목이 메어 말을 멈추고 숨을 골랐다. 그런 나를 바라보며 그녀는 고운 손을 내 머리에 얹어줬다.

그날 저녁, 시종이 나에게 건네준 편지에는 루치아덴 마법 학교의 추천장이 들어있었다. 나는 식사도 거른 채 급하게 짐을 싸서 인사도 없이 마차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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